2013년 10월 9일 수요일

가을비

가을비
남쪽 나라
뒤바람 불기 전에
서늘히 비가 내리고
다산한 나무들이
산후조리를 하고 있다.

빛의 은총을
달게 받던 것들은 지고
비는 하염없이
나무의 빈혈을
거두어가는 것이다.

한 두레박쯤이면
휴식이 달콤하겠다는 듯이
또 한 양동이쯤이면
거뜬히 겨울을 나겠다는 듯이
나무는 흥건히 젖는 것이다.
-이성룡 시집 ´비자나무숲에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