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나무 아파트

나무는 아파트를 지은 지 오래되었으나 고풍스럽고 튼튼하기도 하거니와 해마다 새 식구들이 찾아 들어 집 단장이 새집을 만든다. 하늘이 보이는 둥근 유리지붕은 나들이 구름이 줄을 서고, 밤마다 별들이 지붕에 내려와 축제를 이루어 별꽃놀이가 환상이다. 호수가 보이는 전망 좋은 별장 같은 나무아파트는 조각배가 샤갈의 그림 같은 꿈을 싣고 나는데, 바람은 물 안개를 그린다. 새댁이 방을 얻어 살고 있는 봄에는 애기 기저기가 널리고, 연두 빛 신혼향기가 흩어진다. 연지 곤지 찍은 새 신부가 살고 있는 옆 방은 꽃 단장이 흐드러져 금 술이 만개고, 새들이 집을 지은 여름아파트 창문엔 파초의 정열이 사랑으로 무르익어 진하다. 대대적인 리 모델링이 이루어 저는 가을엔 보따리 싸느라 야단들이다. 커다란 기린 목 같은 사다리 차를 기대놓은 위로 노랗고 빨간 보따리들이 수 없이 내려온다. 어쩌다 풀어진 옷 보따리에서 무수히 떨어지는 옷자락들이 바닥에 널 부러진다. 이국만리에 나갔다 돌아 오는 하얀 모자를 쓴 신사가 코트자락을 날리며 온다는 겨울 이사 날을 위해 나무 아파트는
가을엔 이사 짐 차에 노랗고 빨간 보따리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