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0일 일요일

그녀의 손을 잡고

수채화 같은 그녀가 걸어 오고 있었다
어쩐지 외로워 보이는 그녀가 갈길을 재촉하고
바다로 바다로 달려가고 있었다
물새도 없는 바다, 황량한 겨울의 백사장 구석에서
화토장 하나가 뒹굴고
우리의 오늘은 밤을 만나러
이름도 모르는 도시의 새들을 만나러
맥주와 시와 음악이 있는 도시로 몰려가고 있었다
날개 꺽인 새들은 주섬주섬 자신이 주워 온 먹이를 내 놓고는
제가 머물던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이별을 고하고
그녀와 나는 손을 잡고 이국의 향기에 취해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더운 내손의 감촉이 전해지면서
먼 옛날 동화에 나오는 님프처럼 우리의 가슴이 따듯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