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한 번
그리고 가을에 또 한 번
두 번씩이나 꽃 피는 힘은
굴복하지 않는 정신이로구나
아하, 알겠다, 춘추화
사월의 의거 같은 햇살과
십일월의 혁명 같은 눈발을 맞아
참고 있었던 얼굴 내밀었구나
한 번 피기 위해서
열달은 숨죽이고 있었지
두 번 피기 위하여
한 세상을 그냥 떠나보냈지
노숙의 지하도
종이상자에서 피는 꽃이라네
임종의 무의탁
병실에서 피는 꽃이라네
희망의, 소망의 저 꽃이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춘하추동 무너지지 않고
지천으로 피었으면 좋겠네
저 꽃 보고 결혼도 하고
금쪽 같은 아기도 낳았으면 좋겠네
뇌성마비같이 웃으면서 피는 꽃
치매같이 기억이 다 사라진 꽃이라네
잊어버린 가난 같은 꽃이
잃어버린 울분 같은 춘추화가
옛 노래처럼 가슴 적시며 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