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5일 금요일

은혜

아버지 당신은
이 못난놈 갑자기 정신 나가
대통령이 되고싶다 하면
못 해보면 평생 한 생길 것 같다 하면
그거 보고계시기 마음 아려
당신이 지켜오신 명예보다
정신 나간 이놈 바람을 더 소중히 여기시어
나라를 하나 사주실 분이십니다
당신 아들의 무능이
눈에 밟혀
나라 하나 사주시고
어떠한 대가라도
받으실 분이십니다
그러나 그러지 마십시오
그렇게 그 나라 대통령 돼봐야
지 잘나 그렇게 된 줄 알 놈입니다
지금까지 버리신 당신 명예와 자존심만으로도
몇 만번 윤회해 갚아도
어찌 그 은혜 털끝이라도 미치겠습니까

어머님 당신은
이놈 눈물보다 가슴 아픈 기억이십니다
논산 연병장에서
이십 삼년 하루를 가슴 편히 해드린 날 없는
그 많은 세월 자랑거리 하나 만들어 드리지 못한
이 못난 놈의 소매끝을
기어이 못 놓으시고 흘리신 눈물을
어찌 감히 닦아 드릴 수 있었겠습니까
감히 효도하겠다는 다짐도 죄스러운
이 못난 놈의
어머님 당신은
이 세상 단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너무도 죄스러운
기억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