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아침에 뜬 둥근 해를
어제 저녁에 뜬 보름 달을
숯돌에 잘 갈아
날카로운 칼 하나 만들어
몇 천 년, 몇 백 년 얽혀있는
양극의 이 케케묵은 뿌리를
상쾌하게 자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마당에 판 하나 벌여서
너도 역적 나도 역적 하면서
단칼에 참수당할
죄인의 역할을 해 보자는 거다
그래서 목 떨어져나갔다고 치면
이젠 거꾸로
너도 망나니 나도 망나니 하면서
한 손에는 해의 칼
다른 한 손에는 달의 칼을 들고
비틀비틀 춤을 추면서
퉤퉤 침을 뱉어가면서
한 모금 술을 뿌려가면서
저 풀기 어려운 물음을
누구처럼 삭둑 베어버리는 것이다
이 칼 저 칼 사방으로
막 휘둘렀더니
굳게 닫힌 문이 열리는구나
갇혔던 감옥에서 풀려나는구나
아따, 거, 되게 시원하네
상쾌한 칼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