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1일 목요일

인연설

정말 사랑하고 있는 사람앞에선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아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리입니다. 잊어 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땐 잊었다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정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그 만큼 그사람을 잊지 못하는 증거요. 그 사람앞에서
웃는 것은 그 만큼 그 사람과 행복했다는 것이요.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초이며 이별의 시달림입니다. 떠날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가다가 멈추면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는 것이요. 뛰다가 전봇대에 기대울면 오직 당신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한용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