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1일 목요일

푸른 도마뱀

내게 도마뱀 한 마리 있다
허기진 내게
매일같이 먹이를 물어다 주는
도마뱀 같은 여자,
푸른 살갗을 가진 저 짐승을
내가 숲에서 잡아왔다
유리 속에 넣고
애완으로 키웠다
때때로 쓰다듬고 안아주었다
눈빛이 서로 익숙해져
자유롭게 놓아주기로 한 날
그녀가 사라져 버렸다
푸른 유리만 남겨놓았다
벽을 기어가는 나를
그녀가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었다
손으로 나의 등을 잡아채서
벽장 속에 가두었다
문 닫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일하러 나가나 보다
내가 있는 곳에는 낮도 없다
달이나 별 같은 것도 뜨지 않는다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
귀만 열어두었다
生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밖에는 아직 눈 내리고 있을까
문 열리고 환해지더니
푸른 빛 한 다발 던지고 간
도마뱀, 그녀를 내가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