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7일 일요일

귀거래사 -도연명-

나 이제 벼슬 훌훌 털어 버리고 돌아가리라
논밭이 버려져 있는 고향으로 나 이제 돌아가리라
스스로 택한 벼슬길이었건만 마음은 이미 몸의 노예가 돼 괴로운데
어찌 홀로 한탄하며 근심만 하고 있으리요
지나간 날들 되돌릴 수 없음을 이제야 알았으니
앞으로는 더 이상 방황하지 않으리라
그동안 길 잘 못 들어 잠깐 헤매기는 하였지만 영영 멀어지지 않았으니
지난 것들 잊고 이제라도 바른 길로 가야겠네

잔물결 이는 강에 흔들흔들 고향 가는 배를 놓으니
바람 가볍게 불어 와 옷자락을 날리네
지나는 이들에게 묻고 물어 먼 고향 길 찾아가니
희미한 새벽빛에 그리움의 한숨 절로 솟네

어느 덧 고향에 이르니 꿈속에 그리던 집 눈앞에 서있네
기쁜 마음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니
머슴아이 뛰어와 반가이 맞아주고
어린 아들 문 앞에 나를 기다려 서 있네
집 앞 오솔길엔 잡초가 우거졌건만
소나무와 국화는 여전히 남아있네
어린 아들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서니
항아리 가득한 술 나를 반겨 주는 구나

술항아리 앞에 놓고 홀로 술을 마시며
뜰의 나무들 바라보며 지긋이 미소를 지어보네
남쪽 창에 아무렇게 기대 하염없이 있노라니
다리 하나 뻗을만한 작은 방도 편하기 그지없네

마당은 매일 거닐어도 싫지가 않고
대문 닫아 두어도 답답함은 없네
지팡이 짚고 마을길을 가다 힘들면 쉬기도 하고
때때로 머리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면
무심한 구름들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날다 지친 새들 다시 둥지로 돌아오고 있네
늦은 해 저녁 어스름 속으로 사라질 때
혼자 서성이며 소나무가지도 쓰다듬어 보네

나 이제 고향으로 돌아왔네
사람 만나는 일도 어울려 즐기는 것도 이젠 그만 두고
복잡한 세상 한가운데 사는 것도 나에겐 맞지 않아
다시 좋은 수레를 탄다 한들 무엇을 더 얻을 수 있겠는가
고향 사람들과 어울려 반갑게 정담이나 나누고
노래를 듣고 책을 읽으며 지난 시름일랑 잊어버려야지
옆집 농부가 나에게 봄이 왔음을 알려주니
서쪽 밭으로 나가 오늘은 씨를 뿌려야겠네

그러다 지치면 허름한 천막을 친 수레를 몰고
때로는 외로운 배를 저어
굽이굽이 깊은 골짜기를 찾아가고
험한 산길 가파른 언덕을 지날 때는
물오른 나무들은 꽃 봉우리 터트리려 하고
옹달샘은 퐁퐁 솟아 맑게 흘러내리네

모두들 계절을 만나 신명나게 피고 있건만
나의 삶은 점점 더 저물어 가고 있어 슬프네
나의 인생도 이렇게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을
이 세상에 이 몸뚱아리 얼마나 더 머무르리
이 한 몸 가고 오는 것도 자연에 맡기지 못 하고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고만 하였는지

부귀도 내가 바라던 바 아니요
죽은 후 어디로 가든 상관할 것 없으니
그저 날씨 좋은 날을 택해 홀로 밭에 나가
지팡이 세워 두고 김 매고 거름주는 일이나 하다
때때로 뒷산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도 불고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 한 수 읊으며 살다
그렇게 자연을 따라 살다 죽으면 그만인 것을
천명을 누려 살다 가면 되는 것
더 이상 무엇 바라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