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7일 수요일

문무자(文無子) 이옥(李鈺)의 시-이언(裡諺)아조(雅調)편

1. 서방님은 나무 기러기를 잡고
나는 말린 꿩고기를 받쳤지요.
그 꿩이 울고 그 오리 높이 날도록
두 사람 사랑이 끝이 없을 지어다.

2. 다홍실 맨 술잔을 들어
신랑에게 합환주 권했지요.
한 잔술에 아들 셋 낳고
석 잔 술에 아흔을 산다고 했지요.

3. 신랑은 백마를 타고 오고
나는 붉은 가마를 타고 갔지요.
친정 어머닌 문 밖까지 따라나오시며 주의 하셨지요.
시아버님 뵙거든 절하고 서두르지 말라고 하셨지요.

4. 우리 친정집은 광통교에 있고
시댁은 수전방에 있어
가마에 오를 때마다
치마를 눈물로 가득 적셨지요.

5. 검은 머리털 한데 맞풀어
파뿌리 되도록 함께 살자고 했지요.
부끄럽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부끄러워져.
신랑에게 석 달 동안 말도 못했지요.

6. 내 어려서부터 궁체쓰기를 익혀
이응자 양 옆에 뾰죽히 모가 졌지요.
시부모님도 내 글씨보시고 기뻐하시며
언문여제학이라고 칭찬하셨지요.

7. 사경에 일어나 머리를 빗고
오경에는 시부님모께 문안을 드렸지요.
이 다음 친정에 돌아가면
먹지도 않고 한낮까지 잠을 잘래요.

8. 누에를 길러 손바닥만큼 커지면
뜨락에 내려 부드러운 뽕잎을 땄지요.
동해주 비단이 없는 게 아니지만
취미로 길러보고 싶어서였지요.

9. 서방님 옷을 바느질하다 보니
꽃기운이 온 몸을 나른하게 하네요.
바늘 뽑아 옷섶에 돌려 꽂꼬는
앉은 채로 숙향전을 읽곤하지요.

10. 시어머님께서 주신 예물은
옥동자 노리개 한 쌍이었지요.
드러내놓고 달기가 부끄러워
술 속에다 매어 달았지요.

11. 친정 계집종이 창 틈으로 와서
가느다란 목소리로 아가씨를 부르네
친정 생각을 참을 수 없으면
내일이라도 가마를 보내겠다네.

12. 풀빛비단 상사단으로
쌍침 가지고 귀주머니를 만들었지요.
삼층 나비를 만들어서는
고운 손으로 남편에게 드렸지요.

13. 남들은 모두 그네를 뛰는데
나 혼자 같이 놀지를 못하네
팔힘이 약해서라고 했지만
옥비녀를 떨어뜨릴까 겁이나서라네

14. 햇살무늬 보자기로 싸서
대상자 속에 간직했었지
서방님 옷을 마름질하니
손의 향내가 옷에까지 베어드네

15. 자주 씻어 옥같은 손으로
분을 조금 덜어서 꽃처럼 단장했네
시댁 제삿날이 가까워지면
한동안 다홍치마를 벗고 지냈네.

16. 진홍빛 꽃무늬 베로 요를 만들고
아청빛 누른 비단으로 이불을 만들었네.
어찌 구름무늬 비단만 쓰랴
네 귀퉁이 거북 무늬로 황금을 짓눌렀네.

17. 남들은 비단옷도 가볍게 여겼지만
나는 허드레 옷도 소중히 여겼지
가문 밭에서 농부가 호미질 하고
가난한 집 여인네가 베를 짜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