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크는 사랑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소슬바람 스치듯
찬기(氣)에 휩싸여 오들오들 떨었다
당신을 다시 또 보고
벼락맞은 대추나무처럼
설움은 복바치며 울음문을 열었다
당신은
여지껏 찾아해메던 꿈이 점찍던 내 반쪽이었고
삼생 인연 실타래의 한쪽 끝이었다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은 그렇게
우연을 필연 삼아
흔들리며 시작되었다
우리는 한 뼘 거리의 서로에게 다가가면서도
즈믄 수 굽진 고개를 넘었고
굽굽이마다 즈믄 번에 즈믄 번 흔들렸다
무심코 바라보던 꽃에 흔들리고
내 입술 위에 찍힌 당신 입술자죽에도 흔들렸다
당신 눈망울에 갇힌 나의 나에도 흔들렸고
내 가슴 헤집는 당신의 가녀린 손에도 흔들렸다
흔들림 없는 사랑 없었고
사랑 키워내지 못하는 흔들임 없었다
우리 사랑은 그렇게 흔들리면서 커져 갔다
언제부턴가 당신 가슴에서는
자질자질 사랑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즈믄 수의 굽진 고개에서
즈믄 번에 즈믄 번 흔들리는 설움에 목메 울었다
나는 떠나버린 당신 등덜미만 좇으며
미처 담아가지 못한 흔적을 쓸어모으다
즌대 드대는 당신을 보고
돌아섰다 미련에 못 이겨 다시 돌아서곤 했다
그래도 당신은 꿈이 점찍은 내 반쪽인데…
미련에 떠밀리는 설음에 애태우느니
기다림을 내 언약으로 삼고
당신에 대한 흔들림으로 다가서기로 했다
가슴 한 번 앓지 않는 사랑 어디 있으랴
흔들림 없이 커지는 사랑 어디 있으랴
이따금 들려오는 종고(鐘鼓) 소리에 밤은 깊어만 가고
깜박거리는 별빛에 하늘은 새려 한다
지붕 위 원앙새 기와 위에 서리꽃이 피었는데
차가운 비취이불 누구와 더불어 덮을 건가
遲遲鐘鼓初長夜
耿耿星河欲曙天
鴛鴦瓦冷霜華重
翡翠衾寒誰與共
당신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당신 뉘일 보금자리를 매무시하고 있다
(후기)
- 찬기
한기(寒氣), 냉기(冷氣)
- 자질자질
물기가 말라서 잦아드는 모양
논바닥 물이 자질자질 미구에 잦아 붙을 지경인데
잔인한 햇볕이 송사리떼들의 생명수를 각일각으로 빨아올리며
증발시켰다
(북한 문학, 농부 정도룡)
- 즌대 드대다
진 곳을 디디다
좋지 못한 곳으로 빠지다
『정읍사』에서 차용하였는데 『아래 아』자 표기가 않되어 어정쩡하게 표기되었다
- 매무시
원 뜻은 『옷을 입을 때 매고 여미는 등의 뒷단속』을 말하나『보금자리 뒷처리』의 의미로 사용해 보았다
- 한시
『長恨歌』에 나오는唐 玄宗의 독백이다
이미 죽어 이승과 저승으로 갈린 楊貴妃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