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5일 화요일

불꽃이 일렁이는 숲 속에

뜨겁습니다.
모두가 너무 뜨거워
혼미한 눈으로 숲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이마엔 불덩이가 올려진 것 같고
눈에선 열꽃이 활활 타며 밖으로 쏟아지듯
어지럽습니다.

그러나 더욱 뜨거워
못 견디게 하는 것은 가슴입니다
주체할 수 없이 타오르는 불꽃은
풀숲으로 붙기 시작하더니
풀들이 울면서 난무하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인적이 드문 숲에선
온통 흐느끼는 소리로
한밤을 지새우고
새벽이 오는 시간에 지쳐 스르르
사그라지며 쓰러집니다

긴 언덕을 지나 돌아오던 그림자 하나
세찬 바람을 몰고 와
이렇게 작은 둥지의 숲을
모조리 태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