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들
바다를 사랑했습니다.
콱 막힌 도시를 벗어나
끝을 알 수 없는 세상을
보여 주는 바다를 만날 때면
가슴이 탁 트였습니다
가을 하늘을 사랑했습니다
답답하고 좁은 도서실에서
올려다 보았던 가을 하늘은
나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청량제처럼
내마음 속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왔습니다
여름의 장마를 사랑했습니다
세상에 모든 때를 다 씻어 주고
땅에 떨어지며 흩어지는 모습을
지붕 위에 조화로운 빗소리를
사랑했습니다
새벽에 몰래 내린 눈을 사랑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떠 창 밖에 보이는
새하얀 세상을 사랑했고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걸으며
내가 지나간 자리에 발자국이 생기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아직 내곁에 있습니다
그 없이도 세상을 사랑하며 살라는
신의 선물인 것 같습니다
-현지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