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도시가 끔찍하게 싫어질때) -케스트너
너와 내가
당신과 당신이
마주 봅니다.
파랑바람이 봅니다.
싹이 움틉니다.
고급수학으로
도시의 성분을 미분합니다.
황폐한 모래더미 위에
녹슨 철골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서로서로
핏발 선 눈들이 피하며
황금충떼가 몰려다닙니다.
손이 야구장갑만 하고
몸이 미이라 같은 생물들이
허청허청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립니다.
우리가 쌓아 온 적막 속에서
우리가 부숴 온 폐허 위에서
너와 내가
당신과 당신이
마주 봅니다.
파랑바람이 붑니다.
싹이 움틉니다.
피곤에 지친 눈을 들어
사랑에 주린 눈을 들어
너와 내가
당신과 당신이
마주 봅니다.
마술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