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7일 수요일

나무뿌리가 된 사랑

산을 오르다보면 길이 험한 등산로는
꼭 어디에나 있었지

그 아찔함의 기로에
어김없이 손을 잡아주거나
계단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헐벗은 나무의 뿌리

각질은 모두 벗겨졌는데
이제 속살까지 다 내어주려는 모양
근육의 신경들 휘청이는 두발에
힘을 모아주고 있었지

반질반질해진 이 뿌리를 밟고
건너갔을 수 없는 발자국
그러나 그 뿌리계단은 밟힌 상처보다
자신이 힘이 될 수 있다는 그 순간을
더 기뻐하고 있었지

하늘에 닿아있는
푸른 잎새들의 웃음소리 들려왔지

밤이면 어둠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상처를 싸매고 끙끙거리다
다음 날 어김없이 손을 내미는
이 지독한 인애(忍愛)

하산길
내 양심의 다리가 절뚝거렸지
뿌리 속에는
늘 자식을 걱정하며 살다간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었지

철이 없었던 지난 날
나무뿌리를 닮아가는 부모님의 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지

즐거울 땐 부모님을 잊어버리고
괴로울 때마다 부모님을 찾은 죄로
젊으셨던 부모님은 앙상한 뼈만 남더니
이젠 불러도 대답 없는 곳
하늘나라 어딘가에 노인이 되어 살고 계시지

글: 시인 조윤주 http://user.eandong.net/juno7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