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굿 혹은 푸닥거리

살갗 뚝뚝 떨어져나가는
천하의 저 몹쓸
겨울이라는 병에 걸렸으니
치유할 약도 없다고
누렇게 뜬 얼굴로
세상 만물이
시름 시름 앓아 누웠어라
더 이상 살 길 없으니
목숨 끊어버리자고
벼랑끝으로 걸어가는 중인데
마지막으로
굿이나 한 판 벌이자고
눈이 펄펄 내린다
신명神明이 들었는지
신병神病이 들었는지
흰 나비와 같이
나풀 나풀 춤을 추는 것이
작두 위에 올라선 무녀巫女다
들녘의 꽃 지고
숲속의 새 떠나가고
깊게 패인 그 아픈 자리에
살풀이 푸닥거리 굿 같은
함박눈이 내렸으니
세상의 어느 상처마다
새 살이 돋아나는구나
마침내 마음의 귀신 쫓아냈으니
병환의 이불 걷어차버리고
벌떡 일어나 마당으로 내려온
만신萬神과 같은 흰 눈 좀 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