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6일 목요일

어디선가 따뜻한 강물이 흘러든다

어디선가
한 줄기 따뜻한 강물이 흘러든다
깨어질 듯 깨뜨릴 듯
깨뜨릴 수 없는 깨어지지 않는 유리 강물이다
어느 날의 착한 연인들이
두 손 고스란히 받쳐들고 달려온 보배일까
한 송이 연꽃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한 마리 고니가 날개 끝으로 하늘을 스쳐 지나간다
한 마리 숭어가 에메랄드빛 거울 속 지느라미를 파득거린다
물빛은 차고 맑으나
물등은 도리어 따뜻하고 배가 부른듯 하다
온 몸 환하게 깨어나는 등불을 밝히는 시간이다

어디선가
한 줄기 비릿한 강물이 뒤척인다
넘칠 듯 넘쳐날 듯
넘쳐나지 않는 넘쳐날 수 없는 주홍강물이다
어느 해의 선하디 선한 연인들이
두 다리 굳게 대지에 내린 뿌리일까
산이 박혀 있다 숲이 그물쳐져 있다
까만 점박이 주홍 나리꽃이 그 곳에서 흔들거린다
한 마리 동박새가 부리를 콕콕 거린다
한 마리 연어가 강의 연원에 코를 박고 있다
물소리가 여기 저기서 찰싹 찰싹 대나
물살갗은 전혀 부드러운 천 흰 옷자락이다
온 몸 졸린듯이 스러져 자리에 눕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