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3일 금요일

꽃 - 서동균



둘째 딸 세 살배기 진영이는
물을 달라고 할 때도
우유를 달라고 할 때도
꽃이라 한다

첫째 딸 다섯 살배기 현주가
점잖게 알려 준다
물, 우유,
베란다 화분에 있는 꽃을 보고는
꽃이라 가리킨다

물이 물이 되고
우유가 우유가 되고
꽃이 꽃이 되어 가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더 찾기 힘들어질 게다

물도, 우유도, 꽃도


시집 <신림동에선>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