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3일 금요일

신형건의 ´손을 기다리는 건´ 외


<손에 관한 동시 모음> 신형건의 ´손을 기다리는 건´ 외

+ 손을 기다리는 건

손을 기다리는 건
어제 새로 깎은 연필,
내 방 문의 손잡이,
손을 기다리는 건
엘리베이터의 9층 버튼,
칠판 아래 분필가루 투성이 지우개,
때가 꼬질꼬질한 손수건,
애타게 손을 기다리는 건
책상 틈바구니에 들어간
30센티미터 뿔자,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퍼즐 조각 하나,
정말 애타게 손을 기다리는 건
손, 꼬옥 잡아 줄
또 하나의
손.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닳지 않는 손

날마다 논밭에서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 손.

무슨 물건이든
쓰면 쓸수록
닳고 작아지는 법인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도 닳고
쇠로 만든
괭이와 호미도 닳는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보다 쇠보다 강한
아버지, 어머니 손.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보이지 않는 손

흙이 뿌리를 잡아 주어
나무는 서서 버틸 수 있다.

가지가 나뭇잎을 잡아 주어서
잎은 맘놓고 흔들려도 된다.

도토리를 잡고 있는
도토리 깍지

대추를 잡고 있는
대추 꼭지.

안 그런 것 같지만
우리도 그렇다.

나무에서 흙처럼
잡아 주는 이가 있다.

대추에서 꼭지처럼
붙잡아 주는 이가 있다.

그래서 맘놓고
뛰놀 수도 있다.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시냇물의 손

시냇가의 조약돌을
쓰다듬던 손으로
갈대의 아픈 발목을 만져주고
물장구치러 나온 아이들의
엉덩이도 간질여주고
바닥에 부드러운 물풀을 키워
물고기들을 먹이는

시냇물의 손
(안도현·시인, 1961-)
+ 아빠의 손

아빠는
힘든 현장에 나가셔서
일하신다.

못질을 하시다가
순간 잘못하면
손을 망치로
때리기도 한단다.

손이 두껍고
손톱에는 때가 꼈다지만
하지만
그래도 아빠 손이 좋다.

굳은살이 배기고
손이 보송보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빠 손이 좋다.
(임초롱·전북 임실 덕치초등학교 6학년)
+ 아버지의 손

장작을 패시던 손으로,
무밭에 두엄을 내시던
손으로

아버지는
외양간 안기둥에
등불을 거시고

무릎을 꿇어
송아지를 받으셨다.

뿌우연 등불 아래
땀을 훔치며 나오시는
아버지의 험한 손이
예쁘고 귀여운
송아지를 받으셨다.
(권영상·아동문학가, 1953-)
+ 지금도 흔드는 손

한 장 남은 저 이파리
그때 슬픈 내 손 같다.

수학여행 못 따라가
몰래 숨어 흔들던 손

서러워
눈물에 젖던
깡마른 내 손 같다.

다시 보면 단짝 친구
전학 갈 때 손만 같다.

길모퉁이 오래오래
흔들리던 두 아이 손

갈 수도
보낼 수도 없어
지금까지 흔드는 손.
(한혜영·아동문학가, 1953-)
+ 눈사람 손

눈사람 손은
어디 있지?

알겠다!

추위에 꽁꽁
시려워
주머니에
얼른 넣었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정호승의 ´무지개떡´ 외 "> 천양희의 ´희망이 완창이다´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