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1일 수요일

오정방 시인의 전쟁시 모음


<남북의 평화를 염원하며 읽는 시>

오정방 시인의 전쟁시 모음
+ 전쟁에 승리란 없다 - 미국의 테러응징 전쟁선포를 지켜보며

전쟁에 승리는 없다
어떤 무력 전쟁도
그 결과는 이긴 쪽이 없다는 것이다
때리고 터트리고 파괴하고
찢고 죽이고 죽어야 하는 전쟁은
설사 이겼다 하더라도
그것은 패전일 뿐이다
더 많은 피해를 입은 쪽이
더 큰 패전국이요
좀 덜 상처를 입은 쪽이
조금 덜한 패전국일 뿐이다

테러응징을 위한
미국의 전쟁준비는 모두 끝났다
아니 이미 전쟁은 피폭 당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승리의 깃발은 미리 준비하지 마라
피 발린 훈장은 아직 상상도 하지 마라
승전의 축배는 아예 꿈도 꾸지 마라

전면전쟁의 첫 시작이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발사된 총알은 되돌아오지 않나니
군사행동 개시의 최종 판단자여,
총공격명령의 최후 결정권자여,
떨리는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기 전에
반드시 기도하라
당신의 머리는 냉정해야 하고
당신의 가슴은 뜨거워야 하나니
다시 한 번 더 기도하여
하나님의 뜻을 분명히 헤아리라, 헤아리라
*2001.9.14.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 전쟁의 날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개전을 앞두고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
생사흥망이 걸린 절대절명의 문제다

미국과 이라크 간의 싸움인가
부시와 후세인 간의 분쟁인가

서로의 판단이 옳다하므로
각자의 주장이 정당하다 하므로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자신의 허물을 시인하지 않으므로

아, 전쟁은 터지는구나
아, 살육은 시작되는구나

그러나 다시 생각하라
아직도 개전 시한은 5시간이나 남아있다

300분이나 여유가 있다
1800초나 기다리고 있다

개전 중지를 결정하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
항복을 결단하기에는 300초면 넉넉하다

마지막 5분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마지막 300초를 가장 귀히 여기라
(2003.3.19 12:00 PT)
*그저께 3월 17일, 미 서부시간 오후 5시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모든 외교 노력을 접고
드디어 이라크와 일전을 벌이겠다면서 48시간의
시한을 이라크 측에 최후 통첩했다.
그렇게 발표한 시간으로부터 이제 꼭 5시간이
남았다.
+ 전쟁영화와 실제전쟁 - 바그다드 대접전을 앞두고

티브이 앞에서
마치 전쟁영화를 보듯 손에 땀을 쥔다

영화 속에는 아무리 병사가 죽는다 해도
한 사람도 실제 사망자가 없는데
전쟁에는 총알에 명중만 되면
곧 바로 절명이다
영화 속에는 죽은 사람도 숨을 쉬는데
실제전쟁에선
산 사람도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있다

영화는 보면 볼수록 속이 시원하고
엔도르핀이 쏟아져 나오는데
실제전쟁은 볼수록 더욱 더
스트레스가 쌓이고 가슴이 답답해 온다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 이레 째
궁금하지만 티브이 켜기가 겁난다
연합군의 바그다드 대접전을 앞두고
신속한 종전을 위해 조용히 손을 모은다

전투엔 이긴 편이 있을지 모르지만
전쟁엔 결코 승자가 없다는 것을
가만히 되새겨 본다
(2003.3.25>
*3월 19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공격개시 명령으로
이라크의 강제 무장해제 작전이 시작되었다. 개전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전쟁은 발발되고 쌍방의 피해
또한 적지 않은 가운데 장기전으로 갈 조짐까지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 오정방: 1941년 경북 울진 출생. 현재 미국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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