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되자 검은 광장에 소녀는 홀로였다.
아스라이 가라앉은 먼지 속에서 서있었다.
한 대, 두 대
지나가는 매연은 마지막 기회, 미장한 미소와 함께.
다음이 진짜겠지.
굉음과 함께 비행하는 몸체.
먼지 속으로 푹 가라앉고는.
검은 샘이 흘러나온다.
발먼치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
술먹은 미친년이 차에 껴들었다면서.
그들은 소녀의 팔목의 빨간 십자가를 모르지,
처절한 기도로 지새웠던 지난 밤들을 모르겠지,
마지막으로 지키고 싶었던 어떤 것을 알 수 없겠지.
비가 내린다.
차가운 맨발 위를 비가 적신다.
따뜻했던 샘이 차갑게 식어간다.
굳어가던 샘이 비와 맞닿는다.
몸체 주위에 검붉게 샘이 피어오른다.
슬픈 이의 비 머금은 담배향.
그 향은 기나긴 비가 그칠 때까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