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3일 월요일

금단禁斷

양귀비꽃보다 희다면 희고
붉다면 더욱 붉다
천도복숭아 열매보다 한층 달콤하다
그것이 당신의 육신이다
손에 입에
부드러운 속살이 오래도록 남아 있어
마음에 정신에
고운 향기를 지울 수가 없으므로
광기의 나를 막을 수가 없다
혼돈의 나를 끊어낼 수가 없다
여름인데도 빙점 아래까지 내려가
머리부터 하얗게 얼어붙은
서리 같기도 하다
겨울인데도 펄펄 끓어올라
발밑에서부터 밀려오는
안개 같기도 하다
그것이 내 몸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활짝 피었던 꽃잎이
만장 흩날리며 떠나가고 있다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았는데
익지 않은 열매가
삽으로 곡괭이로 무덤을 깊게 파고 있다
내가 죽이는 저 생을 금지할 수가 없다
나를 죽이는 저 생을 단절할 수가 없다
내가 붙잡는 것은
지는 꽃이나 익지 않은 열매라서
나를 붙잡는 것도 모두 금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