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보다 희다면 희고
붉다면 더욱 붉다
천도복숭아 열매보다 한층 달콤하다
그것이 당신의 육신이다
손에 입에
부드러운 속살이 오래도록 남아 있어
마음에 정신에
고운 향기를 지울 수가 없으므로
광기의 나를 막을 수가 없다
혼돈의 나를 끊어낼 수가 없다
여름인데도 빙점 아래까지 내려가
머리부터 하얗게 얼어붙은
서리 같기도 하다
겨울인데도 펄펄 끓어올라
발밑에서부터 밀려오는
안개 같기도 하다
그것이 내 몸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활짝 피었던 꽃잎이
만장 흩날리며 떠나가고 있다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았는데
익지 않은 열매가
삽으로 곡괭이로 무덤을 깊게 파고 있다
내가 죽이는 저 생을 금지할 수가 없다
나를 죽이는 저 생을 단절할 수가 없다
내가 붙잡는 것은
지는 꽃이나 익지 않은 열매라서
나를 붙잡는 것도 모두 금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