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6일 금요일

이 땅에 뿌리 박은 사랑이기를

십일월
흐린 구름 아래
만국기 깃발이 떠나간 자리
색종이고리가 조각 조각 날려간 자리에
여러 개의 흔들그네가
오후의 햇살 따라 흔들흔들 내려오고 있었어

동북아 한반도
국제도시 서울 이태원에 모여든
미국인 중국인 인도인 러시아인 일본인 필리핀인
혼혈의 격정에 끓는 이들
지옥의 탈출이라는 필연의 밧줄을 잡고
천국의 소망에 덩글 덩글 매달리는
맹목의 눈빛이었어
헤아릴 길 없는 깊고 검은 눈동자로
신비의 우물을 퍼내는
호기심이 샴페인 거품처럼
크리스탈잔 가장자리로 흘러넘치는
사각의 지대였어

그녀는 이 나라에 사는 동안
가장 확실하게 이 땅에 뿌리 박은 사람이기를
한국남자를 지독하게 사랑해서
한반도의 낮게 깔린 한냉기류에
매일 매일 눈 먼 여자이기를 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