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4일 화요일

기억의 숲에는 사랑이 자라고 있다 -황라현-

함께 공유할 수 없어도
부양시키지 않아도
무수한 것들 틈에서도
헤집고 자라는 것들이 있더라

자욱한 안개사이로
미명을 가르며 다가오는 하나의 영상은
햇살이 내려앉아 꽃들이 몸살을 하던 날에도
내 안에 잡동사니들은 꿈틀대면서
가늘게라도 눈을 뜨고 있더라

제 몸 비비며 울고 있는 갈대 속에서도
노을과 잘 어울리는 강기슭에도
내 숨결을 찬찬히 훑어보다가 기억은 엉겨 붙더라

행복에 겨워 비명 지르고 싶을 때에도
심장을 찌르며 느껴지는 눈빛 때문에
서투른 생은 나이테만 깊어져 가는데

끊어질 듯 하다가 이어지는 그리움에
가슴 무너질 것만 같아 비켜 서 있고 싶어
서둘러 되돌려 보내면 표류하다가도
어김없이 기억의 숲에 떨어져
사랑은 자라고만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