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일 월요일

미련, 그리고 불꽃

미련, 그리고 불꽃

촛불이 타오른다

당신 사랑의 밤을 밝히느라

불꽃 되어 내 그리움이 타오르고 있다

당신도 또 하나 불꽃 되어 타오르고 있다
당신은 나 아닌 나와 사랑의 잔을 부딪고

당신 입술자죽을 지켜보는 내 그리움은

바짝바짝 말라가는 내 속을 태우며

숯검댕이처럼 굳어가는 찌꺼기를 만들고 있다

그리움을 실어 보내는 것은 아니었는데…

잘못 끼운 첫 단추처럼 비틀림 바다에 떨어진 그리움은

환희울음 우는 당신 사랑사랑을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보며 울음울음 울멍이고 있다

당신 마음에 그렇게도 깊숙이 들어앉아 있던 나인데

당신 사랑해도 되나요

잘못 꺼낸 것도 아닌 한 마디에

어처구니없이 당신 가슴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그저 같이 가고 싶어요

겨우겨우 수줍게 꺼낸 말인데도

당신은 기억에서 나를 지워내고

나 아닌 나를 들어 앉히고 사랑말 쏟아내고 있다

이미 날 향한 창들을 모두 닫아버린 지금

당신에게 다가갈 오롯한 길이라 믿고

집어드는 초에 내 그리움을 담아 실었을 뿐인데

당신 사랑사랑을 지켜보는 촛불이 되고 말았다

촛불이 타오른다

당신은 사랑의 밤을 밝히느라 내 그리움을 태우고

새벽으로 가는 사랑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나는 잃어버린 그리움의 넋을 찾아 허공을 떠돌고 있다

당신은 나 아닌 나에게 가슴 벌이고

내 귀에 절어 있는 사랑말을 다시 쏟아내고 있다

흘릴 눈물조차 불꽃에 말려버린 내 그리움은

그저 흩어지는 사랑말을 쓸어 가슴에 담고 있다
당신이야 환희울음에 들떠 웃고 흐느끼지만

혀라도 깨물고 죽어버릴까 어지러운 생각만 떠올릴 뿐

차마 숨조차 끊어내지 못하는 나는

어서 동터오라 시간의 신 앞에 기도하고 있다

흔들림 없는 그리움이란 없다는데

타오르는 그리움이 혹여 눈치라도 채일까

숨소리조차 죽이고 곧바른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눈조차 감지 못한 채 당신 사랑사랑을 지켜보며 울고 있다

당신은 내 그리움 앞으로 다가와 가식의 옷을 벗고 있다

숯검댕이 내 가슴은 또 한번 찌꺼기를 게워내고 있다

질끈 눈이라도 감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가슴은 천길 지옥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그리움도 사랑일까

사랑을 붙들고 그리움은 속절없이 묻고 있다
이런 그리움도 사랑일까

이런 그리움도 사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