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3일 월요일

혼자 사는 집


혼자 사는 집

- 안도현 -

주인 내외는 어디 일 나갔나?
사립문은 열려 있고
기울어진 울타리 위에는
호박덩굴이 마음껏 달릴 듯하더니
잠시, 멈춰 하늘을 만지고 있고
마당에는 쉬고 있는 경운기 한 대
삽 두 자루, 빈 경유통 하나
툇마루 끝에는 걸레가 하얗게 말라가고 있고

나는 좀 기다릴 요량으로 뒤뜰로 가본다.
오동나무 그늘 아래
낯선 객이 왔는데도 짖지 않는
잠든 똥개 한 마리
햇살이 그 주변에서
아차, 하고 짐짓 뒤로 물러서는 것이 보이고

이 집은 저 혼자 산다.
이럴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도 이렇게 한번쯤은 나를 비우고
누가 나를 두드리면 소리가 나도록
텅텅, 살고 싶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