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3일 월요일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외


<친구 시 모음>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외

+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사회 운동가이며 종교사상가, 1901-1989)
+ 참된 친구

나의 노트에
너의 이름을 쓴다.
´참된 친구´
이것이 너의 이름이다.
이건 내가 지은 이름이지만
내가 지은 이름만은 아니다.
너를 처음 볼 때
이 이름의 주인이 너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다.
손수건 하나를 사도
´나의 것´이라 하지 않고
´우리의 것´이라 말하며 산다.
세상에 좋은 일만 있으라
너의 활짝 핀 웃음을 보게
세상엔 아름다운 일만 있으라
´참된 친구´
이것이 너의 이름이다.
넘어지는 일이 있어도
울고 싶은 일이 일어나도
마음처럼 말을 못하는
바보 마음을 알아주는
참된 친구 있으니
내 옆은 이제 허전하지 않으리
너의 깨끗한 손을 다오
너의 손에도
참된 친구라고 쓰고 싶다.
그리고 나도 참된 친구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신달자·시인, 1943-)
+ 보고 싶은 친구에게

보고 싶은 친구에게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어두운 불투명의 고요가 찾아오면
난 버릇처럼 너를 그린다.
너의 모습,
네가 떠난 설움처럼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보고싶다.
내 마음 저 깊은 곳의 미완성 작품처럼
자꾸만 보고 싶은 너.
우리가 이 다음에 만날 때는 어떤 연인보다도
아름답고 다정한 미소를 나누자.
나는 너에게
꼭 필요한 친구,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가 되고 싶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야!
해가 저물고 있다.
이렇게 너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가고 있다.

울어 본 적 있는 친구가....
(신경숙·소설가, 1963-)
+ 추억 속의 친구

추억 속에
얼굴로만
남아 있던
친구가

낙엽 지던 날
전화를 했다

˝늘 보고 싶었다˝고
˝늘 보고 싶었다˝고

추억 속에
얼굴로만
남아 있던
친구가

눈이 오던 날
전화를 했다

˝늘 기억하고 있었다˝고
˝늘 기억하고 있었다˝고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친구에게

친구야
널 한 번도 미워해 본 적이 없어
나를 멀리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네가 밉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미웠어

이렇게 비가 오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울 땐
자꾸 네 생각이 나
사랑보다 더 강한 것이
우정이란 걸 넌 아니?
사랑보다 더 깊은 추억을
새겨 준 친구야
(최복현·시인, 1960-)
+ 나의 친구

오늘도 역시 동쪽 창으로 해가 뜨고 우린 또 하루해를 맞이했지.
얼마나 좋으니
빨랫줄엔 흰 빨래가 팔랑거리듯이 우린 희망이라는
옷을 다리미질해야겠지.

우리 웃자 기쁜 듯이 언제나 웃자.
우린 모두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 피조물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행복을 향하여
웃음 웃어야 하는 거지.
계절이 가고 오는 이 흐르는 세월 속에 우리도
마찬가지로 얽혀 가겠지만 우리 변함없이
모든 것들을 사랑하도록 하자.

친구야!
너와 나 같은 세상 아래서 만나진 것만의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 서로 어깨동무를 하자꾸나.
너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까.
너의 등불이 되어 너의 별이 되어 달이 되어 너의 마스코트처럼
네가 마주보는 거울처럼 우리 서로 지켜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친구야!
우리 서로 사랑하자
우리 서로 듣기 좋고 감미로운 음악 같은 사람이 되자.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우리는 친구

내 친구와 나는 서로의 추억을 비교해본다.
때론 수줍어하면서도
우린 기꺼이 진실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청춘과 과거와 현재에 대하여.

몇 사람 있었니?
그 남자들은 모두 사랑했었니?
멋있었니? 키는 컸니?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래, 이해해
나도 한 사람이 있었지.
나를 성숙시켜준
그 사람은 내 영혼의 한 조각을 물어뜯어
끝내는 상처를 주었지만

나는 내 전부를
네게 말하고 있는 거야.
너도 내게 털어놓아 봐.
아마 우리가 사랑을 느낄 때 행복하듯이
이해받고 위로받는 기쁨을 느낄 거야.
기쁨과 슬픔 나눠가지는
우리는 친구.
(다니엘 스틸)
+ 친구란 어떤 사람일까

친구란 어떤 사람일까
내 말해주지
친구란 함께 있으면 그대 자신을 돌이키게 해주는 사람이지
친구란 함께 있으면 그대에게 순수한 영혼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지
그대가 더 나아지는 것도 못해지는 것도 원치 않는 사람이지
함께 있으면 그대에게 무죄를 선고받은 죄수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지
친구란 그대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대의 천성적인 모순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지.
함께 있으면 자유로이 숨쉴 수 있는 사람이지
그대에게 약간의 허영심과 질투와 미움과 사악한 기질이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주는 사람이지.
그대의 결점을 털어놓아도 그것들을 마음에 새기지 않고
그의 마음속에 있는 충심의 바다에 풀어버리는 사람이지
그는 그대를 이해해 주지 그대는 그대에게 조심하지 않아도 되지
그대는 그대를 욕해도 되고 소홀히 해도 되고 용서해 주어도 되지
이 모든 것을 통해 그는 그대를 보고 알고 사랑하지
친구? 친구가 어떤 사람이냐구? 바로 이런 사람
한번 더 말하지만 함께 있으면 그대 자신을 돌이키게 해주는 사람이
친구지
그러나 친구의 가장 좋은 점은 그와 함께 침묵을 지킬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래도 문제될 것은 없지. 그는 그대를 좋아하니까
그는 뼈를 깨끗이 씻어주는 불과도 같지. 그는 그대를 이해해주지
그는 그대를 이해해주지 그대는 그와 함께 울고 그와 함께 노래하고
그와 함께 울고 그와 함께 노래하고 그와 함께 웃고 그와 함께 기도
할 수도 있지
(제임스)
+ 벗의 노래

홀로는 이슬 하나의
무게도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작고 여린 꽃잎들이

층층이 포개어지고
동그랗게 모여
이슬도, 바람도 너끈히 이긴다

하나의 우산 속에
다정히 밀착된
두 사람이

주룩주룩 소낙비를 뚫고
명랑하게 걸으며
사랑의 풍경을 짓는다

가파르게 깊은 계곡과
굽이굽이 능선이 만나서
산의 너른 품 이루어

벌레들과 새들과 짐승들
앉은뱅이 풀들과 우람한 나무들
그 모두의 안식처가 된다

나 홀로는 많이 외로웠을 생(生)
함께여서 행복한

참 고마운 그대여,
나의 소중한 길벗이여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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