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이별
당신과 나와 이별한 대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 대로 말하는 것과 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지
하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나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가는 두 복의 도화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볕에 얼마
나 얼마나 바래서 백설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가도 마음은 붉어갑니다.
피는 식어가도 눈물은 더워갑니다.
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도 희망의 바다엔 물결이 뛰놀아요.
이른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 만은 안아
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은 또 한 손으로 죽
음을 가지고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