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수발

어미의 손발이거나
혹은 부엌의 밥그릇이다
함부로 퍼질러 놓은 것들
새 옷을 입혀주고
路宿의 바닥을 기어다니는 것들
어깨 부축해 일으켜 세웠으니
저것이 어미의 손이고 발이다
저것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고
우주가 돌아가는 기운이다
상을 차려 놓고
집 나간 넋을 불러들여
죽어가는 목숨 이어주었으니
저것이 따스한 밥그릇 아닌가
이제 손도 발도 잘려나가
햇볕 피하지 못하고
살갗 늘어진 지렁이가 되어
꿈틀꿈틀 기어다니는 늙은 아비
수저가 되어줄 차례다
한 끼 밥으로 상에 대신 오른
어미의 손과 발이 닳아서
뼈만 잡힌다
바람 가볍게 불어도
연약한 가지처럼 부러지겠다
밥 담아놓은 사발에 금이 갔다
밥그릇 가슴에
둥근 구멍 뚫린 것이 보인다
밤새 아비의 대문에
빗장을 질렀다가 걷어내는
어미가 수발이라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