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2일 일요일

이별을 위한 변명

이별을 위한 변명

架痕/김철현
이쯤이면 멀리 왔으려니 했습니다.
당신이 허락하지 않은 시간이지만
도망치듯 달려 나온 내 욕심은
잊어달라는 말하기가 차마
염치없어 택할 수밖에 없었던
내 비겁함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도
당신의 목소리며, 당신의 눈동자며
당신의 숨소리까지 남아 있어
모든 것이 당신에게 속한 시간들이었음을
알면서도 애써 부인하려 했던
내 옹졸함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다시 올수 없는 행복이라는 걸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했기에
될 수 있으면 당신 가까이로
가지 않으려 했던 날들이었는데
멀어지기가 너무 힘들도록 가까워진
당신을 떠나기가 이리도 힘듭니다.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 잊지 않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영원히…….
오늘도 부질없는 이별의 변명만
여상히 늘어놓고 있는 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