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6일 목요일

월트 휘트먼의 ´한 마리 새앙쥐의 기적´ 외


<기적과 신비에 관한 시 모음> 월트 휘트먼의 ´한 마리 새앙쥐의 기적´ 외

+ 한 마리 새앙쥐의 기적

풀잎 하나가 별들의 운행에 못지않다고 나는 믿는다.
개미 역시 똑같이 완전하고
모래알 하나, 굴뚝새의 알 하나도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청개구리는 최고의 걸작품이다.
땅에 뻗은 딸기 덩굴은 천국의 응접실을 장식할 만하다.
내 손의 가장 작은 관절이라도 그것을 능가할 만한 기계는 세상에 없다.
고개를 숙인 채 풀을 뜯는 소는 어떤 조각품보다도 훌륭하다.
그리고 한 마리 새앙쥐는
몇 억의 무신론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기적이다.
(월트 휘트먼, 미국 시인, 1819-1892)
+ 기적

절벽 위의 소나무

뻗은 손끝에
간절히도 전하는
햇빛 한 봉투
(정숙자·시인)
+ 사랑하라 상처가 기적을 선물할 때까지

하나의 사랑을 보낸 가슴엔
더 이상 봄날은 없다고 말하지 마라
척박한 가슴에도
거짓말처럼 봄은 오나니
사랑하라
처음처럼 마지막이듯
사랑하라
상처가 기적을 선물할 때까지
사랑하라
비바람에 견딘 나무가
아름다운 꽃과 튼튼한 열매를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
(이희숙·시인)
+ 우리는 매일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사람들은 물위를 걷거나 하늘을 나는 것을 기적이라 한다.
하지만 진짜 기적은 땅위를 걷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기적을 경험하면서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간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초록 잎들과 아이들의 호기심에 찬 반짝이는 검은 눈,
이 모든 것이 바로 기적이다.
(틱낫한·베트남 스님, 1926-)
+ 삶의 기적

오월의 푸른 하늘 아래
나 이렇게 살아

언젠가 뚝 멈출 나의 심장일지라도
아직은 팔짝팔짝 뛰고 있는 것

한밤의 꿈결을 지나
날마다 맞이하는 새로운 아침

나의 두 눈 가득
풍성히 들어오는 초록빛 잎새들

나의 귓가에 맴도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나의 코끝을 파고드는
라일락 향기

이 가슴 가위누르는
슬픔과 괴로움의 저편에서
손짓하는 한 줌의 기쁨과 환희

가끔은 내 여린 생명
맥없이 무너질 듯하다가도

누군가의 작은 기둥이기도 한
나의 존재를 생각하며
새 삶의 힘이 불끈 샘솟는 것

아장아장 겨우 걸음마 떼던
나의 작은 두 발로

저 설악산의 웅장한 공룡능선이나
도봉산 신선대에 성큼 오르는 것

어쩌면 많이 고단한 이 목숨의 끝이
저만치 다가오고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기적이다
고마운 신비(神秘)다
(정연복·시인, 1957-)
+ 아름다운 기적

우리는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직장인은 직장에서, 주부는 가정에서, 학생은 학교에서
얼마든지 아름다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
사람을 사랑하는 귀한 마음,
기쁨, 감사, 용서, 지혜, 인내, 만족, 용기, 희망......
아름다운 단어를 가슴에 품으십시오.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정용철·시인)
+ 생각 한 스푼의 기적

목표에서 눈을 떼지 말자.
목표에서 눈을 떼는 순간
현실이나 조건, 환경이 더 커보이게 된다.
당신을 좌절시켰던
바로 그 지점에서 한 걸음만
더 나가보자.
가장 큰 성공은 대개 그곳에 있다.
(윌리엄 앳킨슨)
+ 참 신기하기도 하지요

가을이 다 가기도 전에
풀벌레소리 뚝 끊기더니
다시 또 가을 돌아오면
어쩌면 똑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울어대는 건지요

겨울이 채 오기도 전에
곱던 잎 뚝뚝 떨어지더니
다시 또 봄이 찾아오면
어쩌면 꼭 닮은 이파리
새록새록 돋아나다니요

참 신기하기도 하지요
어릴 적 엄마 산밭 오가며
풀꽃에게 말 걸곤 하시더니
나도 이제 산길 가다 말고
풀꽃에게 눈길 주고 있다니요
(강인호·시인)
+ 신기한 세상이라고

창문을 열고 첫눈을 보듯
그렇게 보아야 한다
이 세상 처음 보는 사람처럼
신기하게 세상을 보아야 한다
어차피 시인은 보고 사는 사람
그 사람도 처음 만난 사람처럼
그렇게 반겨야 한다
웃음소리 처음 듣는 사람처럼
그렇게 기뻐해야 한다
울음소리 처음 듣는 사람처럼
그렇게 슬퍼해야 한다
꽃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말이다
새를 처음 보듯 말이다
강물을 처음 보듯 말이다
사랑을 처음 할 때처럼 말이다
어차피 시인은 보고 흐느끼다 가는 사람 아닌가
(이생진·시인, 1929-)
+ 신비의 세계

우주는 천둥과 번개로
조물주의 광대하심 노래하고

꽃은 저마다의 향기와
아름다움으로
조물주의 섬세함을 알려주네

철 따라 자라고
피고 지는 신비의 세계는
신묘막측 놀라워라

우주 속에 점 하나 같은 나
하나님의 자상한 관심 있어
怒와 哀를 적게 하고
喜와 樂을 많게 하여 살란다

오늘은 내가 역사의 주인공
역사의 수레바퀴를 타고
신비한 세상 구경 나간다.
(박태원·시인)
+ 신비한 자연

해는 왜 뜨고 지구는 왜 가는지
소리 없이 흐르는 구름
하늘을 미끄러져 가는 달
가는 것은 가고
흐르는 것은 흘러도
왜 그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지

바다 너머 먼 곳의 안방 풍경
손발에 구더기처럼 굼실거리는 박테리아
너무 작아도 너무 커도 보지 못하고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못 보는
적당히 볼 수 있는 우리의 눈

지구가 수레처럼 소리치며 간다면
해와 달이 천둥치듯 소리내며 간다면
구름이 소낙비 오듯 소리치고 흐른다면
귀청 성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풀벌레 꽃송이들이 잠들 수 있으랴

아직은 따먹으면 안 된다고
잎 속에 숨어 있는 푸른 과일들
익으면 익었다고 따먹으라고
빨갛게 노랗게 스스로 드러내는
자연은 온통 신비로 가득하다
(최진연·시인, 경북 예천 출생)
+ 나누는 삶의 넉넉함

굶주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밥 알 한 톨,
감자 한 알이 얼마나 귀중한 줄 압니다.

먹을 사람은 많고 먹을 것은 적어서 힘들게 살아야 했던 시절에
´콩 하나를 열둘이 나누어 먹는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어떻게 콩 하나를 열둘이 나누어 먹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콩 하나를 먹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열 사람이 한 숟갈씩만 밥을 모으면 밥 한 그릇이 된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처럼 콩 하나를 열둘이 나누어 먹어 보면
밥 한 숟갈씩 모아서 밥 한 그릇을 만들어 보면
그렇게 나누어먹은 음식이 들어간 배보다 마음이 더 부릅니다.
나누는 삶에는 마음의 넉넉함이 배어나는 법입니다.

그런데, 제 혼자만 먹으려 하다 보면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더 옹색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저 먹는 것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사람은
자꾸만 무엇인가를 자기 안에 쌓아 놓고 누리려고 하지만,
그리하면 그리할수록 모자람을 느끼고 불안해집니다.

그러기보다는,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내게 있는 것을 그것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나누고 나눌수록 나는 점점 더 넉넉해지는
신비스러운 삶을 경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작자 미상)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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