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관한 동시 모음> 윤삼현의 ´손톱달´ 외
+ 손톱달
엄지 손톱에
도동실
달 하나 떠오릅니다.
절반쯤 몸을 숨기고
절반쯤 몸을 내민
예쁘고 하얀 반달
누군가 생각날 때
손톱 한번 들여다보라고
마음이 쓸쓸할 때
환한 이야기 나눠보라고
한금 한금
달 하나
떠오릅니다.
(윤삼현·아동문학가, 1953-)
+ 달님
새앙쥐야
새앙쥐야
쬐금만 먹고
쬐금만 먹고
들어가 자거라
생쥐는
살핏살핏 보다가
정말 쬐금만 먹고
쬐금만 더 먹고
마루 밑으로 들어갔어요.
아픈 엄마 개가
먹다 남긴 밥그릇을
달님이 지켜 주고 있지요.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달빛
달빛이 햇볕처럼
뜨거워 봐.
꽃들이 어떻게 잠을 자겠니.
달빛이 햇볕처럼
밝아 봐.
새들이 어떻게 잠을 자겠니.
(오순택·아동문학가)
+ 쪽배가 된 초승달
옥토끼가
갈아먹다 남은
초승달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꽁지 몽땅한 새가
잠자러 가면서
쪽배인 줄 알고 타고 간다.
(오순택·아동문학가)
+ 초승달
두 끝이 뾰족한
초승달
말간 하늘에 생채기 낼까 봐
별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찌르게 될까 봐
조금
조금
살찌운다.
자꾸
몸이
둥글어간다.
(이정인·아동문학가)
+ 초승달
손톱을 깎는다
기다렸다는 듯
깎여진 손톱 하나
탁, 튕기더니
어디 갔을까?
두리번두리번
털어보아도
납작
엎드려 보아도
흔적 없다
멀리?
어디?
꼭꼭 숨었나 봐
툴툴 일어서며 본
서쪽 하늘
어, 저기
내 손톱이
(현경미·아동문학가)
+ 새 손톱
한여름 무더위가
물러갑니다.
설렁설렁 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손톱에 들인 발간 봉숭아 꽃물이
물러납니다.
초승달 하얀 새 손톱이
돋아납니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초승달
산골 마을
서산 뜨락은
홍시빛 노을
소몰이 아이 돌아오는
들길은
풀피리 소리.
필리리
필리리
하늘에 번지면,
초사흘
초승달
그 소리 듣고 싶은지!
구름을 헤집고
배시시
얼굴 내 민다.
(최만조·아동문학가)
+ 기차를 따라오는 반달
반달은
자꾸만
기차를
따라온다.
알몸으로
하늘을 헤엄치다가
기차가 멈추자
반달도 멈추어 선다.
기차가 출발하자
다시
기차를 따라오는 반달.
(이승민·아동문학가)
+ 보름달이 나보고
환하고 밝게 살려거든
둥근 마음 가지라 합니다.
둥근 마음 가지려거든
환하고 밝게 살아라 합니다.
(허동인·아동문학가)
+ 보름달
컴컴한 밤하늘에 뻥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어요
구멍으로 나가면 하얀 세상이 있나요?
집도 산도 다 하얀
강도 나무도 다 하얀
흰눈만 펑펑 내리는 하얀 세상이 있나요?
바람이 그리 빠져나가고
구름이 그리 빠져나가고
집 나간 털복숭이 강아지도
그리로 나가지 않았을까요?
나도 저 동그란 구멍으로
나가 볼 순 없을까요?
(김종성·아동문학가)
+ 보름밤
오줌 누러 나왔더니
밖이 훤하다
봉당에 서서 오줌 누는데
수민이네 집 수탉이
꼬끼요오, 운다
이장님 댁 수탉도 꼬꾜오오
집집이
아랫말까지
꼬끼요오
꼬꾜오오
속아 넘어간다
달은,
둥그렇게 웃으면서
우리 동네를 보고 있다
(이안·아동문학가)
+ 같이 걷지요
달빛은 알지요
두고 가기 싫어하는
강물 마음
강물도 다 알지요
함께 가고 싶어하는
달빛 마음
그래서
달빛은 강물을 데리고
강물은 달빛을 데리고
굽이굽이
같이 걷지요
(유미희·아동문학가)
+ 달이 떴다
소쩍새가 노래 부르며 보는 달을
발발발발
짐 지고 가는 땅강아지가
땀 닦으며 본다.
´내일 비 오면 안 되는데…….´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가 보는 달을
´왜 아직 안 오실까?´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가 골목길에서 본다.
달, 참 밝다.
(박혜선·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송찬호의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