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일 토요일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차마 부르지 못해

입속에서만 궁글리는 당신의 이름입니다
당신의 이름 부르는 사람들은

나 말고도 많습니다

기쁜 일이 생기면 감사하고

슬프거나 가슴에 한이 고일 때

또는 누군가라도 붙잡고 생떼라도 써야

풀리지 않는 매듭과 같이 할 수 있을 때

마리아!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나는 미쁘지도 조촐하지도 못한

흔하디 흔한 여자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은 그렇게 말합니다

나는 알지 못합니다 그저 좋을 뿐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마리아! 하고 부를 때면

당신 부르는가 목 세우고 뒤돌아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나 말고 또 있는가

가위눌리듯 깜짝깜짝 놀라 깨어납니다

그리고 당신 아닌 다른 마리아를 부르는 것을 알아 내고는

안도의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마리아

당신을 사랑합니다

언제부터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어도

당신의 눈에서 별 빛이 흔들릴 때

당신의 입에서 천사들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

당신의 몸에서 장미꽃 내음이 풍겨 나올 때

그리고 당신의 걷는 모습에서 봄바람 스치는 흔적을 찾을 때

당신 앞에 한 무릎 꿇고 앉아

내 어깨에 얹혀질 검(劍)을 꿈꾸고 있습니다
마리아

시인은 말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당신이라 하여 어찌 꽃이 되어

화답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당신 이름을 차마 부르지 못하는 것은

정작 당신이 다가와 내게 꽃이 되더라도

정작 당신이 다가와 내 이름을 불러주더라도

당신에게 다가가 꽃이 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 마주하면 그저 눈길 꺾어두고

뒷자리 돌아 당신 모습 바라보며

하릴없는 그리움에 몸을 잠금니다
마리아

그래도 당신 부르고 싶어 가슴 울울할 때는

성당에서 당신 이름의 상(像) 앞에 꿇어앉아

상(像) 이름을 핑계삼아 나도

마리아!

큰소리로 당신 이름을 불러봅니다

눈물도 흘려봅니다

그리워 보고 싶어 흘리는 눈물인데도

무심한 사람들은 제멋에 녹아들어

마리아!

당신 아닌 당신 이름 부르며 따라 눈물 흘립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나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다

당신 아닌 당신의 이름

마리아를 불러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가끔씩은

내 어깨에 검을 얹는

당신인가 당신 이름의 마리아인가

마리아를 보았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아아

마리아

뒷전에서 부르는 이름인데도

언제나 달콤한 이름

마리아 당신은 내게 다가와

꽃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라건대 내 이름은 부르지 말아주십시오

나는 당신 우러르는 종으로 만족하오니

내 이름 대신 당신의 이름을 불러

당신 이름의 마리아가 꽃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그래 당신 이름의 마리아를 당신과 아우르며 사랑하는

그런 사람으로 머무르게 하여 주십시오
마리아

오늘도 뒷전에 서서 당신 이름을 불러봅니다

마리아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