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네 입술이 닿았던
그곳에서
희망 하나를 보았다
두렵도록 지루한 장마 그 여름의 끝 무렵
아무도 불러 세워줄 것 같지 않던
암울한 터널을 지나와
사랑만이 희망이라고
목청을 돋울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만이 희망이다
빈 발자국만 남아있는 모래밭에
선뜻 내려서지 못하고
부표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거품이
상처처럼 떠밀리고 있다
어느새 중천으로 떠오르는 그대
다시 볼 수 있을까
간밤의 숙취로 흔들리는 물상과
지금은 고추장호박찌게가 간절한
여기는 동해
기차가 지나가고
멀리 있어 아름다운 것들과
가까이 있어 더욱 그리운
범선이 그림처럼 움직는
저기, 한 무리의
그녀들도 희망을 건지러 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