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9일 화요일

이런 날의 곤혹스러움

엄지손가락만한 뻘건 목젖이 다 들여다 보이도록
실하게 하품을 하던 우리집 개는 눈을 얇게 뜨고
봉당에서, 직진으로 나를 쳐다본다
둘이서만 버텨오던 허기진 공간에
고집스런 그의 시선이 민망스러워
마루끝 두 뼘쯤 올라온 햇볕속으로
나는 눈길을 피하고, 시간을 끌어보는 거야
의사에게서 처음,
아내가 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고 그 이후로
時間은 아내의 생명을 하나씩 헐어내어 뜯어가고 있었고
나의 가슴에는 세월이라는 것이,
늑골 틈새마다 알뜰이 살점을 발라내어
그곳에 구덩이를 파더니 마취제를 조금씩 들이붓더군
그렇지, 특히 이때쯤의 계절이란 것이 햇살이 되었든
바람이 되었든 아니면 길바닥에 버려진 과자봉지가 되었든
솔잎처럼 뾰족해져서 그 끝자락에 스치기만 하여도
상처로 남곤했던 거야, 그런 유전인자에 인연을 맺고서
세월이 한참을 길게 빠져나갔는데도
그 만큼의 기억된 량이 하나도 깎여지거나 상하지도 않았어
봄볕이 곰살맞게 사려앉는 지금도
원자력병원 칠백오십육호실에서 살아가는 나의 아내
육이년생 범띠 그 사람은
햇볕에 손끝 하나 담궈보질 못 하지
의사가, 암환자는 햇볕을 피하랬거든
쳐다보는 저 개의 시선을 피해야 내가 살 수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