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9일 화요일

단비

오랫동안 가물었던
마음을 적신 비가
사탕수수처럼 달디달다
오늘 내린 빗방울 몇몇으로
전날 죽었던 맥박 치게 하고
한 해 멈췄던 핏줄 흐르게 하고
불화不和로 등 돌려
수십 년간 끊어진 숨 몰아쉰다
저 빗물 흘러가다가
가슴속에 모였으니
우물 깊게 하고
저 빗물 가득하게 고여있다가
허리까지 넘쳐 오르니
샘물 솟아나게 하고
비 한 방울의 애정이 폭죽 같다
빗줄기 하나의 연정이 분수 같다
저 빗방울
손을 내밀어 받아 먹었으니
잎을 잉태하는 것이고
입을 벌리고 받아 삼켰으니
꽃을 분만하는 것이다
나의 빗물로 당신으로부터
환하게 빛나는 열매를 보고 싶다
치솟아 오르는 꽃대를 보고 싶다
당신의 몸에서 해갈하듯
얼음의 벽이 갈라지고
겨울의 쇠가 무너지는
단비의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