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2일 월요일

출근하는 아침

밤사이,
지독한 감기에 걸린 채
평범한 시민인 K氏는
얼마간 떨어져 누운 시대에 발판을 딛고
팽창된 의지로
도시의 고층건물들을 부수었다.

스스로 원하던 풍성한 수확이
깊은 밤 속에 번져간 댓가로,
반역의 꿈들을 뭉개고 머리 내미는 아침은
밤새워 피운 꽃잎의 한 끝에서
서리 덮힌 세상을 쌓는다.

그의 손목에 조각된 시간이
창백한 팔뚝 위에 고된 힘줄을 타고
끈질긴 타임―아웃을 선언하는 동안,
거울 속의 가냘픈 사내가
이미 하루의 반나절은 보내버린 듯한
허술한 그의 일과에 넥타이를 동여맨다.

누군가 현명한 사람이 있어, 그의 감추어진 시간들을
생명의 수첩에 적는다면,
아마도 그는 겸연쩍게 웃으며 그것에 밑줄을 긋고
다음과 같이 덧붙여 쓸 수 있을 것이다.

― 과거가 없는 새로운 희망 ―

하여, 행복 속에 발가벗을 수 있다는 암호가
외마디 소리로 아침의 문을 삐걱 열었다.

비록, 짓눌린 괴로움의 저녁내음 풍기며
모질게 닫아 걸어야 하는 착오의 문이
하루의 끝에서 복병처럼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도
K氏는 발걸음 가볍게 출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