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2일 월요일

안개, 너를 사랑하므로

너를 사랑하므로, 나는
안개가 되었던 것이다 앞산 뒤산
모두 감추어 버리고 싶었으므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게
영원히 가둬 두고 싶었으므로
스멀스멀 일어나 너의 모든 것을
다 품어 버리는
사랑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내가 피워좋은
마음에 중독되어 있을 때
내 존재를 확인하듯 네가 있는 곳에
소나기로 쏟아져 내린 것도
내가 저지른 짓임을 아는지
너를 사랑하므로, 나는
너의 우물 속 마음을
한 바가지씩 길어 올려
나의 물항아리에 담아 놓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안에 마음 가득 차 오르면
너는 항아리 같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너는 없어지고
내속에서 어여쁜 눈빛이 되는 것이다
꽃도 나무도 새도 사라지고
계곡에 흘러내리는 빗물도 사라지고
그리하여 내속의 나마저 사라지면
사랑 같은 안개만 남는 것이다
너의 몸과 나의 몸을 눕혀서
너의 정신과 나의 정신을 세워서
하나의 소리로 흘러가면
하나의 빛으로 흘러가면
그리하여 너와 나는 안개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