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7일 목요일

울밖의 여자 - 양전형

울 밖에 한 여자가 피어 있다

나는 소리 없는 동박새처럼
날렵하게 몸을 날려
너를 따고 돌아와 얼른 숨는다
벽을 허물고 탱크같이 쳐들어가
너를 생포하고 순식간 돌아온다
감쪽같이 울타리를 다시 치지만
세상은 모르는 척 그저 감감하다

울 밖에 한 여자가 피어 있다
서리눈물 머금고 애틋하게 피어 있다
한라산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나는 너를 먹는다
밥보다 더 많이 먹는다

울 밖에 한 여자가 피어 있다
너를 바라보며
먹고 또 먹고
내 안에다 너를 낳는다
무시로 내 가슴
꽃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울 밖에 한 여자가
함초롬히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