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0일 일요일

옛날 옛날 옛적에 나무꾼과 선녀가 살았더래요(2)

하늘의 밧줄이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나무꾼이
지쳐 잠깐 잠이 들었는데
이제사 내 꿈에 그리던 님을 만났구나 하며
선녀의 고운 손을 잡고, 가는 허리를 안고
어화둥둥 내님이야 지화자 좋구나 내님이야
어쩔씨구 저쩔씨구 백년해로 춤을 추는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자시(子時)의 종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을 깨니 한바탕 꿈속의 일이라
하늘의 수문장이 비밀스런 동굴의 문을 열어놓으니
밧줄이 흔들흔들 저 홀로 허공의 빰을 갈기며
동해바다 용왕에게 비밀 문서를 전해 주러 가는구나
하늘의 나무꾼이 옳다 이때로구나 하고
등에 금도끼 하나 지고 양손으로 밧줄을 움켜 쥐고
양 다리로 밧줄을 휘감고 출렁 출렁 사랑 찾아 떠나가는구나
어디로 가느냐 밧줄아 그리운 내 님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 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데
도솔천 하늘 아래 일천(一天) 지나 이천(二天)지나
구천(九天)의 하늘다리 지나 가려고 하니
지나가는 별은 그대 어디로 가는가, 물어 보고
지나가는 바람은 그대 언제 다시오려는가 한 마디 하고
지나가는 구름은 그대 누구 찾아 가는가 말 걸어 보고 가건만
한 마디 말도 없이 지상으로 내려가는 저 속 깊은 저길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땀으로 흠뻑 적신
온몸이 기진맥진 정신도 아득하고 기절에 혼절할 찰라
님 찾아 가는 길이 이렇게도 힘들단 말인가 하는데
이때 보이는구나 보이는구나 하늘에서 보았던
금수강산 조선이 눈앞에 보이는구나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기쁜 마음에 한 손을 놓으니
아차, 하고 한 순간에 밧줄을 놓쳤구나
하늘나라 나무꾼이 날개도 없이 비명을 지르며
추락을 하는데 가슴이 찢어질 듯 머리가 부서질 듯
저 아픈 마음을 어찌할거나 어찌할거나
불행 중 다행으로 나뭇가지에 걸린 다음
계곡 물에 풍덩 하고 빠진 하늘나라 나무꾼이
세상 속으로 흘러가는구나 안개 속으로 흘러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