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6일 수요일

고백.5/ 빨래터 마을 주민들에게

난 여적지 영혼이 날개 달고 춤추는 걸 보지 못했어요
그대들 엉클진 손으로 냇가에 널어 놓은 빨래터에서
샛파란 하늘에 빨주노초 파남보 펄펄 나는 빛나는
영혼들의 날개를 보았어요 이름도 없이 Sitio Labahan
이라 불리는 냇가에 춤추는 영혼의 꽃들을 보았어요
재 넘어 산 넘어 둘러 메고 온 부촌 사람들의 겉옷과
땀베인 속옷, 콘크리트 굳어진 공기속에서 절여진 저들의
마음속 때 까지 사철 흐르는 냇가에 담가 누르고 주므르고
빨아 산속 맑게 개인 하늘에 말리는 그대들의 억센 손 마디
마디에 주름진 콘크리트의 아픔 씻어주려 땀 흘리며 맨손
으로 행궈내는 땀방울, 땀 방울 하나에 밥알 하나, 땀 방울
하나에 생선 한 조각 흐르고 흘러 샛강이 되어 맺힌 세월들
언제쯤 그대들 부르튼 손 마음껏 잡아 줄 수 있다면,
그대들 밥알 하나 위해 송송 맺힌 땀방울 닦아 줄 수 있다면
내 영혼 하얀 빨래 처럼 푸른 하늘에 춤출 수 있으련만
이 아침 매끄럽게 손금 지워진 그대들의 손으로 단 한 번만
덕지 덕지 때 묻은 내 영혼을 쓸어주오 씻어주오 닦아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