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 스윽 떠오른
아랫입술 같은 달이
늦겨울 산과 들에 감춰두었던
비밀 한 가지 알려주겠다길래
바짝 다가가 귀 기울여 들었더니
얼음계곡 다 녹아 폭포 쏟아진다고
눈길이 진흙으로 질퍽해졌다고
저 밑동네서부터 향기의
무기 들고 매화 쳐들어온다고
푸른 풀들도 벌써 쑤욱 일어나
깃발 흔들며 봉기하고 있다고
밤마다 환한 빛의
한 마디 던져놓고 간다
무책임한 저 한 소리에
세상이 온통 시끌벅적하다
누구는 산골 깊은 곳은
아직 얼어붙은 만주 벌판이라고
누구는 저 위의 들판에는
지금도 눈내려 쌓이는 시베리아라고
덧붙여 강력하게 주장을 하는데
건너편에 선 또 누구는
그건 한물 지나간 옛 일이라고
이 따스한 햇살이 기필코 봄 아니냐고
새로 꽃 피고 풀 돋아났으니
그 무엇보다 진실한 이야기라고
또 야단스럽게 떠들고 있는데
정작, 말문 열어놓은 저 달은
입 다물고 슬쩍 앞산에 숨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