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5일 월요일

나는 너를 노래하지만 넌 나를 향해 묘한 미소만을 던진다

나는 너를 노래하지만 넌 나를 향해 묘한 미소만을 던진다 - 김정한

둥글게 호흡하며

떨리는 패달을 너를 향해 쉼없이 밟는다

두드려도 대답없는 너,

그리워했다, 미워했다, 썼다, 지웠다,

그렇게 반복한 너를 향한 내사랑의 변주곡

결국 전설이 되지 못한 노랫말 하나

허공을 향해 떨어진다

사랑보다 더 귀한 것이 무엇일까

뭉게구름처럼 하나가 된 것 같다가도

다시 새털구름처럼 찢어져 돌아오는 가엾은 사랑,

오늘도 울다 지친 새 한마리,

너의 집 베란다 귀퉁이에서 서성거리고

참았던 그리움은 눈물되어 흐른다

나홀로 불켜진 너의 창을 향해 다시 울려보는 사랑의 변주곡

너를 향해 내 가슴에 묻어둔 사랑의 언어를

내목숨처럼 둥글게 말아 다시한번 너에게 바친다

나는 너를 노래하지만

여전히 넌,

나를 향해 미소만을 던진다

김정한시집 -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