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6일 수요일

망각의 비가 [悲歌]



눈물이 말라 버렸습니다
슬픔도 말라 버렸습니다
그리움마저 모두 말라 버렸습니다

세월이라는 독한 술을
벌컥벌컥 잔도 없이 마시니
가슴이 취하고 기억마저 취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며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음에
또다시 당신 꿈을 꾸었음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얀 눈물을 흘려야 할 만큼 애타던
그런 당신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꿈을 꾸면서부터
심장 깊숙이 아픔 하나가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나 봅니다

병명조차 알 수 없는 그 아픔은
숨을 쉴 때마다 통증을 동반하더니
끝내 숨을 쉴 수조차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아마도 내가
당신을 꿈꾸는 동안에는
결코 치료될 수 없는 불치병인가 봅니다

그렇게 당신의 슬픈 기억들이
망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아픔도 자라날 것입니다.


ㅡ 망각의 비가 [悲歌] /풍향 서태우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