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사랑하고 있구나 쪽쪽 살 빠지는 소리 들으며
진땀나게 그리워하고 있구나
이 엄동에 청청하게 고통 거느리고 지지푸르게 신음하고 있구나
가지에 새 한마리 앉아도 소스라치는구나
그래 그 마음 만져지는구나
이파리만 날카로워지는 날들 잔바람에도 하늘이 흔들리는 날
자꾸 껍질만 키우며 거머죽죽 검버섯 만드는 날들
출출출 물소리 뿌리를 흔드는데 안절부절 그 사이에서
팔다리만 휘젓는 자작나무야, 너 많이 아프구나
- 이경림의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