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의 바다에서
부스러진 세월만 줍다가
쭉정이만 손에 들고
부끄러워 피식 웃어본다.
바보같이 살아온
바보 같은 내가
스스로 바보라고 고백해야 한다고
참으로 바보임을 고백해야 한다고
남들 하는 일 죄다 흉내내고
가릴려고 몇 겹의 도배까지 해 가며
나를 세우던 바보
세상 앞에 나는
참으로 바보임을 고백해야 한다고
당신 앞에서는
머리조차 들 수 없는 죄인이라고
마음을 온통 까발려
새까맣게 더렵혀진 진실을 세탁해야 한다고
그래서 비우고 고쳐
지난 날들이 참으로 어두웠음을 밝혀야 한다고
그렇게 그렇게 다짐하면서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햇살은 어제처럼 그대로인데
세상의 표정들도 그대로인데
변화를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아직도 못 버린 욕망의 부스러기들이
고백을 준비하지 못하고
내 안에서 헤매고 있음을 고백해야 한다고
인간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참으로 부족한 한계를 드러내야 한다고
마음으로야 수천 번 더 고쳐 먹어도
숫제 손에는 욕망의 끈을 쥐고
그걸 놓지 못해
그것도 갈등이라고 미화하지 않았는가..
참으로 못난 허망의 편리들에 짓눌린
우리들의 서글픈 초상, 초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