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4일 일요일

다시 기다리는 사람 -김재진-

밤이 옵니다.
당신은 밤을 비오듯 내린다고 했습니다.
비오듯 내리는 밤에 앉아
당신은 꽃 피는 것을 또
꽃이 앉는다고 말했습니다.
꽃이 앉듯 어느 날 문득 당신은
내 마음에 앉았습니다.
비가 오듯 어느 날 문득 당신은
내 마음을 적셨습니다.
산으로 나 있는 쪽문을 열고
당신이 떠나던 날
온 산의 향기가 마음 찔러 나는
두 번 다시 당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내 생각하는 것은 자유지만
당신을 생각하는 한 나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마음속에 나는 당신이란
감옥 하나 만들어 두고 있나 봅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감옥,
설령 그것이 어리석음이거나
집착이라 하더라도
당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눈에 밟혀 길을 가지 못합니다.
설령 그것이 당신 아니라 하더라도 내겐
당신입니다.
제 몸에서 낸 녹으로 스스로 망가지는 쇠붙이처럼
미친 듯 나는 나를 태우고 싶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