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6일 화요일

수화(手話)

문 살짝 열어젖히매
몸속으로 순식간에 쳐들어온
혹한의 당신 때문에
입술이 하얗게 만년설로 얼어버렸다
혀도 딱딱하게 빙하로 굳어버렸다
나를 투명하게 만들어 준
얼음의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을 하고 싶은데
2월, 시샘달은
벌써 물고기자리별과 눈이 맞아
서울 어디로 달아나고
3월, 물오름달은 처녀자리와 손잡고
이제 막 마을의 언덕 넘어갔으니
바야흐로 4월 잎새달이라
봄비가 안부의 글 적어주었는데도
和答의 한 마디 건네지 못했다
그리움으로 애타는 심정을
누구도 아는지 모르는지
손으로 쓴 사랑의 언어를
눈빛으로나마 읽어달라고
목련꽃이 흰 붓으로
묵시默示의 글씨를 쓰고 있네
이팝나뭇잎이 푸른 물감을 묻혀
청량靑亮한 그림을 그리고 있네
얼어있는 내 마음을 흔드는
저 꽃의 몸짓이 야단스럽다
굳어있는 내 몸을 흔드는
저 잎의 손길이 정신이 없다
어느새 꽃 개화하고 잎 만발하니
나도 당신과 手話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