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7일 일요일

문자 메시지

문자 메시지

날 궂어 마음자리 무겁다고
애써 밝은 색 옷을 입은 당신
당신의 가녀린 손가락이
종종걸음으로 걸어오는 게 보여요
차력을 하는 여자처럼
온 몸의 기를 손가락에 모아
내게로 걸어오는 당신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아
당신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만
움푹 팬 발자국 속에서
말의 씨앗들이 움트고
신석기시대의 벼이삭처럼 무성히 여물고 있어요
그러나 당신에게로 가는 길은
지문指紋만큼 아득하고 어지러워서
늘 환상방황을 하고 말아요

[시경] 2007년 상반기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