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7일 목요일

통일을 염원하는 시 모음


<6·15 공동선언 10주년 기념> 통일을 염원하는 시 모음

+ 산의 어깨동무

산이
어깨동무를 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휴전선
지뢰밭에서도

바다 한가운데
조그만 섬에서도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눈보라 치는 날에도

어깨동무를
풀지 않고 있다.

다정함이 무엇인지
문득
생각난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나누기

꽃들의
향기 나누기
즐겁고,

개미들의
힘 나누기
즐겁고,

어른들의
나라 나누기
수십 년이 슬프다.
(정현정·아동문학가)
+ 비무장지대2

슬픈 일일수록
새들은 빨리 용서할 줄 안다.

우리보다 더 힘들게 살면서도
언제나 우리보다
더 먼저 용서하는 새들

지난 일을 잊기 위해
새들은 소총 소리 들리는 숲을 찾아와
거기에다 편안한 집을 짓는다

지뢰가 흩어진 숲속을
우리보다 더 먼저 찾아와

탄탄하게 집을 짓고
따스한 알을 낳는다.
(권영상·아동문학가)
+ 봄바람과 철조망

강원도 철원군 월정역에서는
우리 키보다 훨씬 높은 철조망을 볼 수 있다.
북으로 달려가다 멈추어 선 기차를
가로막고 서 있는 남과 북의 철조망
봄바람이 불어와도
그대로 서 있다.
그러나 봄바람은
예쁜 풀꽃이 피어나도록
철조망 언 손부터 조금씩 만져준다.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가슴 부풀리며 넘나드는 사이
봄은 이미 철조망 높이만큼 피어오른다.
아, 이제는 됐다.
가슴을 열어 놓고
봄바람을 맞는 철조망도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여전히
갈라섬이 없이 하나로 되어 있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남북 이산 가족 만남

오, 오마니
사투리로 주저앉으시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달래도 듣지 않을
철부지 아이가 되셨다.
오십 년 전 어린아이가 되셨다.
(고광근·아동문학가, 1963-)
+ 우리 땅의 사랑노래

내가 돌아서드래도
그대 부산히 달려옴같이
그대 돌아서드래도
내 달려가야 할
갈라설래야 갈라설 수 없는
우리는 갈라져서는
디딜 한 치의 땅도
누워 바라보며
온전하게 울
반 평의 하늘도 없는
굳게 디딘 발밑
우리 땅의 온몸 피 흘리는 사랑같이
우린 찢어질래야 찢어질 수 없는
한 몸뚱아리
우린 애초에
헤어진 땅이 아닙니다.
(김용택·시인, 1948-)
+ 임진강 살구꽃

섬진강물에 피는 복사꽃처럼
임진강변에 지는 살구꽃처럼
우리 그리운 마음 꽃바람 흩날릴 수 있다면
사랑은 더욱 그리워 흙바람도 이는 것을
봄산 넘어오는 햇살 말고
마음으로 넘어오는 그리움 말고
우리 함께 손잡고
꽃잎 뜨는 강물 지켜볼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아
아침 강물에 복사꽃 피었더니
가슴의 슬픈 첩첩사연
저물녘 살구꽃 몇 잎에 띄었구나.
(곽재구·시인, 1954-)
+ 끊어진 철길

끊어진 철길이 동네 앞을 지나고
´금강산 가는 길´이라는 푯말이 붙은
민통선 안 양지리에 사는 농사꾼 이철웅씨는
틈틈이 남방한계선 근처까지 가서
나무에서 자연꿀 따는 것이 사는 재미다
사이다병이나 맥주병에 넣어두었다가
네댓 병 모이면 서울로 가지고 올라간다
그는 친지들에게 꿀을 나누어주며 말한다
˝이게 남쪽벌 북쪽벌 함께 만든 꿀일세
벌한테서 배우세 벌한테서 본뜨세˝

세밑 사흘 늦어 배달되는 신문을 보면서
농사꾼 이철웅씨는 남방한계선 근처 자연꿀따기는
올해부터는 그만두어야겠다 생각한다
´금강산 가는 길´이라는 푯말이 붙은 인근
버렸던 땅값 오르리라며 자식들 신바람 났지만
통일도 돈 가지고 하는 놀음인 것이 그는 슬프다
그에게서는 금강산 가는 철길뿐 아니라
서울 가는 버스길도 이제 끊겼다.
(신경림·시인, 1936-)
+ 역사에 대하여

우리 민족
4천년 동안이나 미완성입니다
대개 역사가들은
고려에 이르러
민족 완성되었다 합니다
아닙니다
통일신라 통일 아닙니다
통일신라야말로 분단입니다
그야말로 종속이었읍니다
깊이깊이 분열이었읍니다
일제 40년
남북분단 40년
이제야말로
우리 민족 완성될 때입니다
재통일이 아니라
첫 통일입니다
그래서 어렵고 어렵습니다
이번 통일은
남북뿐 아니라
동서남북 남동동 북북서까지
구석구석 잔뿌리까지
4천년 이래 생전 처음이자
온전한 통일입니다
4천년의 미완성으로 완성합니다
추가령지구대 들국화 하나하나여
내가 그대들을 노래할 날
그날이야말로
우리 민족 크리스마스입니다
선통일이여
후통일이여
지금 잘못되면 큰 죄입니다
어린이 앞에서
애국자여 그대들은 무엇입니까.
(고은·시인, 1933-)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